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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daniel craig

"경제자립 돕는 시니어택배, 일재미는 덤이죠"


[서울경제]

8일 서울 종로5가 청계천 변의 의류 상가. 바삐 움직이는 ‘사입 삼촌(도매 대행업자)’들 사이로 하얀 머리의 시니어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이 드나드는 파란 간판의 사무실은 시니어 택배 서비스 ‘어딜’의 동대문 거점이다. ‘어르신 딜리버리(배달)’ 혹은 ‘어반(도시) 딜리버리’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시니어 택배 서비스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어딜’은 수수료를 낮춰 시니어 택배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늘리고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조승연(사진) 조은앱 대표는 4년 전 공공일자리에 참여 중인 어머니를 보며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공공일자리의 임금은 월 30만 원도 안 됐지만 “30만 원 번다고 고생하기보다 쉬는 게 낫지 않느냐”는 조 대표의 권유에 어머니는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시니어의 시각으로 일자리를 바라보게 된 조 대표는 2021년 조은앱을 창업하고 ‘어딜’을 출시했다. 이어 2022년 8월 문을 연 동대문 거점에서는 매일 150여 개 안팎의 5㎏ 미만 물품들이 시니어 택배원들의 손을 거쳐 주인을 만난다.


동대문부터 강남까지 시니어 택배를 이용할 경우 배송 시간은 왕복 1시간 30분가량, 택배비는 7000원대다. 업체가 30~40%의 수수료를 떼고 나면 시니어 택배원의 손에는 4200~4900원이 돌아온다. 다음 배송이 들어오기 전까지 지하철 대합실이나 야외 등 길거리에서 무한 대기하기 십상이다. 그렇게 버는 하루 수입은 2만~3만 원. 종사자들 사이에 ‘힘들지만 보수는 적은 일’이라는 인식이 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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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식을 깨뜨리기 위해 조 대표는 수수료율을 20%로 낮췄다. “배송을 알선해주는 업체를 쓰지 않은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회사에서 40%의 수수료를 떼고 월 24만 원을 받는 파트너가 있다면, ‘어딜’에서는 같은 일을 하고도 월 32만 원을 법니다. ‘어딜’ 파트너들은 보통 하루 5건을 배송해 월 80만 원을 버는데 바삐 움직여 하루 7건을 배송하면 월 120만 원도 벌 수 있어요. 1인 최소 노후 생활비가 약 124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일을 통해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셈이죠.”



조 대표는 특히 “물건을 도착지까지 사고 없이 안전하게 배송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시니어가 청년보다 느릴 수는 있지만 안전과 성실로 보면 전혀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매장 앞 작은 배너 말고는 따로 홍보를 해본 적이 없지만 ‘어딜’에 등록된 시니어 택배원은 560명까지 늘었다. ‘어딜’ 고객들의 서비스 재사용률도 89%에 달한다. 시니어 택배원들은 일하는 기쁨을 종종 드러낸다. 조 대표는 “배달이 끝나면 그냥 퇴근하셔도 되는데 꼭 전화하셔서 ‘일 다 끝났다. 퇴근해도 되느냐’고 물으신다. ‘수고하셨다’고 한마디 해드리면 엄청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어딜’은 시니어들이 이 일을 ‘당당하고 건강한 일자리’로 인식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사원증을 지급하고 매월 우수 파트너를 선정한다.


‘어딜’은 지역 확장과 충무로·강남 등 거점 확대도 준비 중이다. 2026년까지 19개의 거점을 만들고 거점당 300~400명의 어르신을 고용하는 것이 목표다. 조 대표는 “초고령화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시니어를 사회적 자원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뜻이지만 우리는 시니어들이 사회의 큰 자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니어들이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고 미래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예지 기자 yeji@r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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