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딜리버리' 서비스 '어딜'
5㎏ 미만 소화물 대중교통 배송
노인 일자리 사각지대 해소…경제적 자립 지원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문제는 노인 일자리다. 70세를 넘어도 노인 축에 끼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한 노인이 많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없다. 이를 위해 물류 일자리 플랫폼 스타트업 조은앱이 나섰다.
조은앱은 대중교통을 기반으로 한 물류 일자리 플랫폼 ‘어딜’을 운영하고 있다. 어딜은 ‘어르신 딜리버리(배송)’와 ‘어반 딜리버리(도시형 배송)’의 뜻을 담고 있다. 어딜은 60세 이상 노인들이 5㎏ 미만 소화물을 배달할 수 있도록 고객과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조승연 조은앱 대표는 24일 “어딜은 1000만 어르신과 함께 생활물류 퀵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이라며 “퀵 생태계를 만든다는 의미는 어르신들이 아들·딸 집에 가면서 5000원을 벌고, 마실 나가는 길에 7000원을 버는 생활밀착형 생태계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어딜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지하철 택배와 유사하다. 하지만 기술테크 기업을 지향하는 조은앱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 활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두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사용하며 수수료를 크게 낮췄으며, 노인 일자리 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 대표는 “기존 지하철 택배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시스템 고도화가 전혀 안 돼 있다”라며 “특정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해 배송 물건이 뜨면 어르신들이 이를 잡아서 이용하는 시스템인데,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하다 보니 이중 수수료가 붙는 구조”라고 기존 지하철 택배와 어딜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조승연 조은앱 대표.
기존 지하철 택배는 수수료를 최대 40%까지 지불해야 했다. 배송료가 1만원이라면 수수료 4000원을 떼고 어르신에겐 6000원만 남는 구조였다. 하지만 조은앱은 수수료를 20%까지 낮췄다. 또 지하철 택배의 경우 거점이 없어 악천후에도 야외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어딜은 동대문에 1호 거점을 만들었다. 이곳은 눈, 비를 피하는 것은 물론 어르신끼리 소통하는 사랑방 역할까지 한다.
실제로 23일 찾은 거점에선 4~5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송지 위치를 두고 더 빠른 길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하고, 자녀와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눴다. 어딜 직원과도 스스럼없이 인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2021년 창업해 서비스를 시작한 어딜은 기존과 다른 서비스 형태로 별다른 광고 없이 560명의 어르신을 모았다. 동대문 인근을 지나다 거점 앞에 세워둔 2개의 광고 배너를 보고 찾아온 어르신 한 명, 두 명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들이 낸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 대표는 “현재 하루 평균 150건 정도 물류를 처리하고 있고, 고객사의 재사용률은 90%에 달한다”라며 “어르신 상당수가 기존에 이용했던 지하철 택배 서비스 대비 50% 더 많은 소득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어딜 동대문 거점 모습.
현재 어르신들은 하루 평균 6~7건의 배송에 나서고 있다. 월 11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어르신도 상당수다. 60~80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어르신들이 과거 직업도 다채로운데, 작가, 교수, 예술가로 활동했던 이들도 있다. 최근까지 배송을 하다 자문 역할을 시작한 조용문(84)씨는 30년간 한국조폐공사에 재직했다.
조은앱은 올해 3개 거점 확장으로 월 1만3000개 물량을 책임진다는 계획이다. 2025년엔 10곳의 거점을 확보해 전국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조 대표는 “어르신들의 경제적 자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지속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수익 확대는 물론, 어르신 배달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가 시니어 노동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있는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Comments